신천지·통일교 사태는 문제 해결 끝 아닌 시작점
[탁지일 교수의 이단 제대로 보기] <12·끝>정당법 위반 혐의의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칼럼 ‘이단 제대로 보기’ 마지막 집필 중 신천지 이만희의 구속 소식을 접했다. 마치 연재의 마침표를 찍는 듯한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불가의 절대적 존재인 한학자와 이만희, 이 둘이 없는 통일교와 신천지의 향방이 궁금하다.
이만희 없는 신천지
지난 24일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이만희가 구속됐다. 현재 95세다. 신천지 대다수 신도는 여전히 이만희가 ‘영생불사’ ‘불로불사’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죽음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모양새다. 최근 사후를 대비하는 듯한 교리의 수정과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만희는 죽음을 예견한 듯 “하늘이 저의 고향입니다. 이제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신도들에게 발송했다.
이만희 사후 신천지는 어떻게 될까. 강력한 후계자가 혜성처럼 등장해 포스트 이만희 체제를 공고히 구축할까. 아니면 영향력 있는 간부들이 아류 분파들을 형성할까. 여하튼 몰락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만희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는 아직도 일사불란한 조직, 막대한 재정, 그리고 맹종과 맹신을 다짐하는 맹목적인 신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눈에 띄는 후계자는 보이지 않는다. 몇몇 주요 간부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사단법인 만남의 전 대표 김남희, 전 베드로지파장 지재섭, 고동안 전 총무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은 없다. 확실한 것은 이만희의 구속과 후계 체제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신도들의 위기감을 잠재우고 통제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외 홍보와 집회, 포교 활동에 신도들의 등을 강하게 떠밀 것으로 예측된다.
한학자 없는 통일교
지난해 9월 구속된 후 건강 악화와 치료 등을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아온 한학자는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문선명 사후 “6000년 만에 탄생한 독생녀”라고 주장하며 절대 권력을 장악해 온 한학자의 앞날은 재기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불투명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22일 통일교 측의 특별항고를 기각하고 도쿄고등법원의 해산명령을 확정했다. 지난 19일에는 한학자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대질 신문이 진행됐는데, 윤영호는 모든 것이 한학자의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반면 한학자는 “윤영호가 몰래 독단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각자도생이다. 게다가 통일교 교리의 핵심인 ‘참가정’의 모습도 온데간데없다. 모자(母子) 사이의 볼썽없는 비난과 저주가 난무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삼남 문현진이 기자회견을 통해 “종교의 탈을 쓴 범죄집단으로 전락한 통일교는 이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등학교 학력조차 없는 한학자가 문선명과 자신을 배신하고 위법 행위를 저지르도록 측근들이 사주했다고 비판했다. 막내아들 문형진은 최근 통일교 사태가 문선명의 저주이며 한학자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골육상쟁이다.
구속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
‘스스로 신이 된 인간’ 이만희와 한학자의 몰락이 다가오는 형세다. 고령으로 영어의 몸이 됐고, 믿었던 측근과 자식들에게 배신당하고, 평생을 쌓아왔던 그들만의 왕국은 무너지고 있으며, 후계자는 보이지 않고, 인생마저 마지막 길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감언이설에 미혹돼 인생과 가정이 파탄에 이른 피해자들이 가장 안타깝다. 통일교 피해를 알리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피격 살해한 일본 청년, 결혼 후 한국으로 이주해 온 수천 명의 일본 통일교 여성 신도들, 영감상법이라는 사기 상술에 농락당한 수많은 피해자, 신천지의 위장과 거짓말로 인해 피해당한 교회와 파탄된 가정들의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신천지와 통일교는 여전히 국민과 피해자들에 대한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이만희와 한학자의 억울함과 안위에만 집착하는 비상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만희와 한학자의 구속은 문제의 해결점이 아니라 새로운 변곡점이다.
필자의 부친 탁명환 소장(1937~1994)을 이단 옹호자들은 ‘이단 사냥꾼’이라고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MBC와 Wavve(웨이브)에서 방영된 탁 소장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사이비 헌터’(서정문 PD)이다. 표현은 비슷한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별세한 지 30년이 지난 오늘도 이단 옹호자들은 아버지 탁명환 소장을 ‘이단 사냥꾼’이라고 부르며 모략과 권세로 사리사욕의 배를 채우고 있다. 그래도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입 맞추지 아니한”(왕상 19:18) ‘사이비 헌터’들을 곳곳에 남겨주셨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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